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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엽란을 날려라
엽란을 날려라 첨부이미지
구분
  성인
저자
  조지 오웰
펴낸곳
  지만지
내용
  한 편의 시와 돈, 돈, 돈              (서평자: 이혜란)

                                                                                                                                               


조지 오웰은 한 때 ‘시인’이었다. <엽란은 날려라>는 그의 자전적인 소설로 시인 콤스톡의 가난 투쟁기를 다루고 있다. 버마의 식민지 경찰을 그만두고 파리와 런던에서 떠돌며 노숙자, 접시닦이, 빈민원 사람들을 그린 르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였다면, <엽란을 날려라>는 책방을 배경으로 한 가난한 시인의 돈과의 전쟁을 이야기한다.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고든은 시인이 되기 위해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돈으로 상징되는 자본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영혼을 지키며 시를 쓰고자 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그의 진짜 동기가 아니었다. 돈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것.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이었다. 모호하게나마 그는 일종의 돈 없는 은둔자가 되기를 고대했다.돈을 정말로 경멸하더라도 하늘의 새처럼 어떻게든 살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든은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주머니 속 돈을 매 순간 만져본다. 맥주 한 잔 마실 돈, 한 끼 살 돈, 담배를 피울 돈. 그는 돈과의 투쟁을 감춘다. 로즈메리와 데이트 할 때, 비용은 절대 그녀가 내게 해선 안 된다. 상류층 친구와의 첫 술잔은 꼭 그가 사야한다. 돈을 증오하고 돈과의 사투를 벌이면 벌일수록 고든은 더욱 돈의 힘을 체감한다. 돈은 사랑도 좌지우지한다.

  “돈은 모든 것과 관계가 있소.
내가 돈이 많다면 당신은 나를 더 많이 사랑할 거요.”

7개월 동안 고든은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굶주려가며 오로지 시를 쓰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했다. 서점에서 일하면서 버는 주당 2파운드는 집세와 끼니정도만 간신히 해결할 정도였다. 점점 무기력해져 가는 그에게 로즈메리의 임신소식이 들려온다. 그녀와 뱃속 아기가 그를 가난에서 구원해 줬던 게 아닐까. 고든은 다시 광고회사로 돌아가게 된다. 고든의 원고 뭉치는 배수관 물속으로 던져진다.

엽란은 중산층 가정에 두었던 식물이다. 안락함, 여자, 평범한 일상을 상징한다. 고든은 결국 결혼을 하고 가구를 사고 엽란을 창가에 가져다 놓으며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가게 된다.
“오 엽란이여, 네가 승리했다.”

  오웰은 <목사의 딸>과 <엽란을 날려라> 두 소설을 두고 결코 쓰지 말아야 했던, ‘돈벌이만을 노리고 쓴 책’이라고 고백하며 더는 출간되기를 원치 않았다.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를 비판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노동계급을 바라보는 오웰의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자발적 가난에 실패한 개인적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웃다가 울다가 시인의 투쟁은 처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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