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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H25. 열하일기
이미지 없음
구분
  성인
저자
  연암 박지원지음, 김혈조 옮김
펴낸곳
  돌베개
내용
  나는 장복이다
오래 복되라는 이름은 아비가 지었다
아비의 덕인지 북경으로 가는 사신단을 따라 가게 됐다
정사 어르신의 팔촌 동생이라는 선비님의 마부로 뽑혔다
가문의 영광이다

선비님은 풍채가 있어 말을 타면 꽉찼다 강물을 건널땐 선비님 엉덩이를 받쳐들고 물에 빠지지 않게 보필해야한다
때때로 술을 받아 선비님의 목을 축여줘야하고 조석으로 잠자리를 살피고 밤중에 선비님이 몰래 출타하게 되면 노심초사 문앞을 지켰다
누가 찾기라도 하면 측간에 가싯다 둘러대야한다

북방이라도 한낮엔 주체못하게 덥다 그래서 선비님은 해뜨기전에 일찍 출발하는 편을 택했다 잠이 부족하다 길을가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장관이다
선비님의 견마잡이 창대행님도 북경은 처음이다 나처럼 들떠 있는것도 하루이틀, 하루에 80리를 걸으려니 아주 되다

상판사의 마두 득룡행님은 배포가 장난 아니다
어찌 그리 중국말을 잘하나 했더니
임진란때 우리나라 전쟁에 참전한 명나라 장수의 손자와 친분이 두텁단다
명나라가 망하고 도망친 장수의 손자는 득룡행님 집에서 기거하며 조선에 살 거처를 마련했다고 한다

선비님과 친하게 지내는 정진사 나리의 마두 태복행님은 북경을 일곱번이나 다녀왔다
선비님과 친하게 지내는 변주부 나리의 마두 대종행님도 북경을 예일곱번은 다녀왔단다
나도 형님들 틈에 끼어서 중국말을 흉내냈다

의주상인 만덕패는 사신단을 따라 한두번 다녀본 길이 아니어선지 먹는 것도 자는것도 걷는 것도 여유가 넘친다 돌아오면 큰돈을 만질수 있다는 기대도 여유에 포함된다
노숙을 하게되면 자다가 번뢰의 징소리에 맞춰 300여명이 일제히 고함을 친다 호랑이를 쫓으려는 의도다 잠이 부족하다

압록강을 건너고도 강을 여러번 건넜다 요동의 너른 들판은 생전 처음보는 크기다 하늘과 땅이 맞다아 어디가 끝인지 가늠도 안된다 어디까지 걸어가야 끝인거냐고 환장하게 덥다

소현왕자님이 끌려왔다던 심양은 청나라 옛수도답게 요란하다
숙소에 들어가면 미로같이 방이 많고 성벽 담장은 째깐한 벽돌로 높이 쌓았고 도로는 반듯반듯하고 수레는 쉼없이 지나다닌다
오~ 대륙의 스케일은 인정.

호기심 많은 선비님을 따라 관운장사당, 상갓집, 시장, 산성, 사찰, 주막을 돌아다녔다
산해관을 지나면 건물들이 더욱 크고 화려해진다
어여쁜 소녀들이 말을 타고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수 있다 못생긴 낙타도 봤다 병자호란 때 끌려온 조선인의 마을도 있다
조선의 풍습을 많이 가지고 있고 벼농사를 짓는다

북경에 도착했다
조선사신단을 호휘하는 통관 쌍림과 시험삼아 잡담을 주고 받았다
선비님이 듣고는 "쌍림의 조선말보다 장복의 중국말이 더 낫다"고 칭찬해 줬다 나이스!
선비님은 수레를 빌려서 유리창 관광을 나서실 요량이다
나의 중국말이 듣기 좋았던지 수레에 태우고 유리창을 데려가싯다

삼일을 북경에서 머물제, 일이 터졌다
황제가 있는 열하로 조선사신단을 오란다
인원을 간추려 출발하는데 선비님과 헤어지게 됐다
마두 창대행님만 데려갈 수 밖에 없다고 북경에 남아 있으라고. ㅠ

수천리밖 타향에서 선비님만 의지하고 왔는데 어쩔!
선비님이 열하로 간 사이 의주행님들을 따라 북경 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열하로 갔던 선비님과 창대행님은 열이레만에 북경으로 돌아왔다
창대행님이 황제한테 선물 받은 은자를 나눠준다고해 심장이 쿵쾅거리고 기대에 부풀어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창대행님은 열하로 가는 길에 말굽에 밟혀서 고생한 이야기를 골백번도 더 했다 그래서 선비님은 혼자 말타는 법을 익히고 부상당한 창대행님에게 청나라 관리가 자기 말을 빌려준 이야기는 가히 압권이다 조선 하인에게 청의 관리가 타던 말을 내어주다니 선비님의 말도 얻어 탔다고 하니 창대행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그날밤 선비님 방에 모인 나는 짐보따리에 관심이 집중됐다
갈때는 작은 보따리였는데 돌아올때는 보따리가 한눈에 봐도 컸다
선비님이 창대행님에게 보따리를 풀게 했는데 그 안에는 붓과 벼루 뿐이다
두뚬한 뭉치는 모두 필담을 적은 초고와 유람하면서 쓴 일기뿐이었다
"특별 상금 은자는 어디 있는 거야?"

선비님은 조선에 돌아온 후 나와 창대행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열하일기1.2.3> 연암 박지원지음, 김혈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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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이와 창대는 연암이 데려간 마두와 마부다
연암이 한양에서부터 데려간 하인들이 아니고 평안북도 근방에 살았던 인물이다 사신행렬을 따라가는 비정규직이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열하일기>가 시대의 베스트셀러인걸 알았을까
어쩌면 그 후로도 사신을 따라 연행길을 몇번 더 오갔을지도 모른다
사신일행 중에 <열하일기>를 읽은 사람이 있었다면 열하일기에 나오는 장복, 창대, 득룡... 등은 연행길에 유명인사였을 것이다
연암은 <열하일기>를 쓰기 전부터 당대의 문장가로 이름 높았는데 열하일기로 정점을 찍었다 했다
한문체인 연암의 문장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글로 번역된 다음 글은 유려하기 그지없다

"때마침 달은 상현달로 고갯마루에 걸려 넘어가려고 하는데, 그 빛이 싸늘하고 모진 모습이 마치 숫돌에 벼린 칼처럼 생겼다. 조금 뒤에 달은 더욱 고개 아래로 내려갔으나, 그래도 양쪽에 뾰족한 모습을 드러내더니, 홀연히 붉은색으로 변하여 마치 두 개의 횃불이 산에서 나오는 것 같다."
 - 한밤에 고북구를 빠져나가며 中

열하로 가기 위해 한밤중에 행군을 강행했는데 만리장성을 빠져나가다 때마침 뜬 상현달을 보고 감회를 썼다
이런 그림같은 문장이라니!

2020. 03. 17 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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