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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H26 매천야록
이미지 없음
구분
  성인
저자
  매천 황현 씀, 허경진 옮김
펴낸곳
  서해문집
내용
  2020년 4월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1주년이다
1919년 3.1운동은 고종의 장례식에 맞춰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났고 한 달 후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고종이 왕으로써 내린 마지막 명령은 아마도 1907년 헤이그 특사였을 것이다 일본은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고종을 파면했다

헤이그 특사는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는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준, 이상설은 이위종(1884~1921?)을 만나기 위해 블라디보스톡에서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상트 페테르브르크로 갔다 이위종의 아버지는 미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공사를 두른 역임한 외교관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13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각국을 다녔기 때문에 최소 3개국어 이상이 가능했던 이위종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 후 이위종은 아버지의 지시로 1만루블을 연해주의 무장의병단체에 전달하고 안중근에게 벨기에제 브라우닝 8연발 권총을 선물한다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할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베리아의 별'이라 불리던 이위종은 1920년 블라디보스톡에서 돌아오던 길에 행방불명됐다
특무단장을 맡은 야마모토가 12월 29일자 아카시에게 보낸 전보에 “아카시 각하, 12월 18일 21시경 이위종을 체포, 감금 중이니 긴급 지시 바랍니다.”라는 극비문서(제2015호)가 발견됐다

이위종의 아버지 이범진은 외교권이 발탁되기 전 마지막 러시아공사였다 외교권이 발탁된 후에도 러시아에 머무르면서 헤이그특사를 비롯해 독립지사를 후원했다
경술국치(1910년)의 비극이 일어나자 1911년 겨울,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자결했다 그의 유언에 따라 유산 1만 2천루블은 해외 독립운동기관으로 분급되었으며 그 일부가 블라디보스톡 한인학교 건립자금으로  쓰이고 안중근등 항일운동 유가족에게 돌아갔다

이범진은 1885~1887년까지 순천부사로 순천에 왔다 '몸이 날렵하여 담장을 뛰어넘을 정도였고, 방탕하고 무례했'으며 '잔학하게' 백성의 재산을 탐하고 기생과 놀아났을 뿐더러 부유한 백성을 벌주어 재산을 갈취했지만, 장터에서 돈을 빼앗는 망나니 같은 민영주에게 호통을 치고 '장작을 뽑아들고 뒤쫓아 때렸다'라고 혼내준 장면을 매천 황현은 <매천야록>에 기록 했으니 그의 젊은 시절의 평가가 엇갈린 점도 있다

매천은 서자 출신인 이범진이 순천부사로 왔을때 달갑지 않았을 수 있었겠다 훗날 외교관으로 독립운동가로써 이범진을 생각한다면 망나니 민영주를 혼내는 모습은 자연스럽지만 잔학하게 부유한 백성의 재산을 갈취했다는 <매천야록>의 기록은 의문이 생길수밖에 없다 부유한 백성의 재산을 갈취한 이범진의 입장은 없으니 말이다 이런 부분이 매천야록의 헛점일수 밖에 없다

당시 서너살이던 이범진의 아들 이위종도 아버지를 따라 순천에 와 동천에서 물장구치고 연자루나 환선정에 올랐을 수 있겠다 러시아에서 생을 마감한 이범진 부자의 2년은 이렇게 순천과 이어졌다
지금 환선정에는 순천부사시절 이범진이 썼다는 환선정 현판이 걸려있다 비사리나무에 세긴 현판은 크기에서 부터 보는이를 압도한다 저 정도 균형잡힌 글을 쓰려면 대단한 필심이 있어야 써질것 같다 붓은 또 얼마나 커야 하는건지 이범진의 호방함과 기개를 엿볼 수 있다

경술국치를 당하고 매천 황현(1855-1910)은 구례에서, 이범진(1852-1911)은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생을 마감했다
황현은 <매천야록>이라는 저서를 남기고 이범진은 외교로 해외의병단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비슷한 시대를 살다간 인물이 비슷한 죽음을 맞고 후대에 남긴 유산은 각기 달라도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이 할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미양요, 병인양요,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개혁, 동학농민운동, 을미사변,아관파천, 을사조약, 헤이그 특사, 경술국치로 이어지는 대혼란기에 외세의 침입과 내부의 야욕에 맞서 과연 조선에게 기회란 것이 있기는 했었을까 정치와 외교의 부재는 민중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2020. 04. 14 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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