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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금테 안경
금테 안경 첨부이미지
구분
  성인
저자
  조르조 바사니
펴낸곳
  문학동네
내용
  금테 안경
(인사동-박진이)


이탈리아 소설이라고 하니 맘이 동했다.
1958년에 출판된 금테안경이라는 아주 얇은 책에서 그 관심을 시작했다.
이 소설의 무대는 '페라라'라는 도시이다.  베니스와 볼로냐 사이에 위치한 소도시를 주요무대로 1919년부터 1937년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유럽에서 1919년이란 1차세계대전이 끝난 시기이며,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뭇솔리니가 권력을 장악한 시기이다. 그리고 1937년은 이탈리아에서 소수인 유대인을 합법적으로 차별한다는 법을 공표하기 바로 직전이다.

이 소설은 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자들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소외를 만들어내는지를 이야기한다. 소수자들은 어떻게 모욕당하며 고립되는지를 잔잔하게 표현한다. 예상과 달리 서정적이기 까지 하다. 사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사회적 소외라하면 사회적인 문제를 직접적이거나 터프한 방식 혹은 눈물을 짜내는 뭔가를 예상했었는데, 그 반대의 방식으로 고독과 슬픔을 잔잔하면서 깊이있게 다루었다. 이것이 조르조 바사니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화자 '나'는 유대인 학생이다. 전반부는 화자의 눈을 통해서 파디가티 이빈후과 의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 의사는 성소수자이다. '나'의 시선으로 주변과 파디가티 선생에 대한 태도를  서술하는 방식이다보니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쏠림이 방지되는 듯하다.
 금테안경을 쓴 댄디한 의사 파디가티는 누구보다도 친절하고 호감을 얻은 성공한 의사였는데,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평판은 땅에 떨어지고 조롱과 모욕을 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가 구축했던 모든 것은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고독에 휩싸여 결국엔 신문의 사건사고란에 물에 빠져 죽은 한 인간으로 기록된다. 소설 초반의 부르조아 세계에 안착해서 잘 나가던 의사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새벽에 배회하는 쓸쓸한 의사, 길거리 개와 처지가 비슷한  초라한 인간이 되는 그 편차는  충격이기도 하다. 소설 속 새벽 배회 장면이 이미지처럼 강하게 남아있다. 파디가티의 고독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너무도 잘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는  화자인 '나'자신이 겪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다룬다. 파디가티를 보면서 '나'가 파디가티에게 지녔던 연민은 그 뿌리가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유대인이건 성수소자인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루아침에 이탈리아인에서 유대인이 되어 배척된다는 것은 부조리이며 불안과 공포 이상의 것이었을 것이다. 

140페이지로 경장편에 속하는 이 소설을 충분하게 느끼기 위해선 천천히 가는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조르주 바사니의 소설에 푹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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