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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한국의 책벌레는?
작성일 : 04-11-13 15:09
조회 : 1,859
[동아] 한국의 책벌레들 -------------------------------------------------------------------------------- ■ 기사보기 한국의 책벌레들 "하루 책 한권씩, 한해 책값만 천만원" 인터넷과 모바일의 시대에도 책벌레는 건재하다. 최근 교보문고가 동아일보의 의뢰로 집계한 "교보 북클럽회원 분석"에 따르면 전체 회원 182만명 중 2002년 1월부터 10월 말까지 300만원 이상 도서를 구입한 회원은 14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는 이들이 "도서관이나 학교 등 기관을 대신해 책을 구매하는 회원을 뺀 순수한 개인 장서가"라고 밝혔다. 아파트… 거실… 모든 벽이 책으로 뒤덮여 "한 해 1000만원어치 정도 삽니다. 사고 싶은 책이 있을 때 안 사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돼요. 전공인 환경과 경영 관련 책이 가장 많습니다. 서재요? 꾸밀 여력이 없어 집이나 회사에 그냥 쌓아 놓습니다." (회사원 L씨 37 여) "매일 한 권은 꼭 읽습니다. 일주일이면 일곱권이죠. 아파트 거실 등 모든 벽이 책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서점에 가면 직원들이 잘 못 찾는 책도 내가 찾아주곤 합니다.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주로 삽니다." (지방자치단체 부시장 K씨 58) 250쪽 정도의 책 1권 표준가격이 1만2000원 정도라고 계산하면 하루 책 한 권씩을 읽는 "책벌레"들인 셈. 30대 교직자 많아, "보통사람"과 비슷한 책 애호 통계에 따르면 145명의 독서광 중 남성이 75%. 서울 거주자가 57%로 다수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34%, 40대가 25.5%, 20대가 20.6%의 순이었으며 직업별로는 학원강사를 포함한 교직 25.7%, 대학생 및 대학원생 16.8%, 이하 자영업자 공무원 IT산업 종사자 등의 순이었다. 한편 책벌레들이 많이 구입한 책의 순위를 살펴보면 △1위 넥스트 소사이어티(피터 드러커) △2위 아홉살 인생(위기철) △3위 뇌 상권(베르나르 베르베르) △4위 봉순이 언니(공지영) △5위 단순하게 살아라(베르너 퀴스텐마허) 등으로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벌레들은 어떻게 책을 고를까. 교보문고가 본인 동의 아래 신원을 공개한 전문직 종사자 4명은 모두 "서점에 가서 직접 뒤져보며 책을 고른다"고 말했다. 매체로는 신문 서평란을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으며, 재원으로는 특별한 "가욋돈" 없이 고정수입에서 쪼개 쓴다는 점, 마땅한 수납 장소가 없어 골머리를 앓는다는 점도 공통점. "명사 책벌레" 재계에 많아 학계 인사와 작가 등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제외했을 때 우리나라의 소문난 "책벌레"는 누구일까. 독서광으로 알려진 인사 중에는 "의외로" 경제계 인물이 많다. 고전적인 전략 전술과 아울러 최신 세계 동향도 머릿속에 담아두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자택과 국민은행 본점, 여의도 신사옥 등 세 곳에 책을 분산 보관한다. 읽기 어려운 책보다는 쉽고 정보가 풍부한 책을 주위에 권한다. SK 손길승 회장은 최근 32권짜리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독파했다. 승용차에도 늘 책 서너권이 보관돼 있다. 김재철 무역협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김홍기 삼성SDS 사장 등도 매일 한 권 이상꼴로 책을 읽는 "책벌레"로 알려져 있다. 노동부장관을 지낸 남재희 호남대 객원교수도 유명한 애서가. 고서 수집광으로 특히 유명한 그는 한 달에 50만원어치 이상의 중고 도서를 사들인다. 이상희 전 내무부장관도 성산동 자택 지하실에 5만여권의 책을 수집해두고 있다. 연예계 인사 중에서는 영화배우 안성기, 장미희씨 등이 촬영 현장에도 꼭 책을 지참하는 "책벌레"로 알려져 있다. 역사상의 책벌레, '못말리는 독서광' 페르시아 이스마엘 총리 인류가 내세울 만한 책벌레는 누구일까. 알베르토 망구엘이 지은 『독서의 역사(세종서적 2000년)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다. 10세기 페르시아의 총리 압둘 카셈 이스마엘은 여행을 할 때면 11만7000여권의 책과 헤어지기 싫어 400마리의 낙타를 동원, "이동서재"를 끌고 다녔다. "무릇 남아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동양의 격언이 무색할 정도. 탐험가로만 알려진 아문센도 당대의 교양인상(像)을 대표했다. 남극 탐험 길에 얼음장 밑에 책보따리를 빠뜨린 그는 존 고든의 『고독과 고통에 빠진 폐하의 초상화』 단 한 권만으로 책읽기의 갈증을 해소해야 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는 다소 특이한 독서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나체로 바위에 걸터앉아 땀이 다 식을 때까지 헤로도투스를 읽곤 했다. 이 책의 작가인 망구엘도 다독가(多讀家)로 유명했지만 그가 독서에 입문한 경력도 특이하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을 지낸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년에 시력을 잃자 자신에게 "책 읽어주는 소년"으로 망구엘을 채용했던 것. 보르헤스는 소설에 "책을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책"이라는 사물에 심오한 상징을 부여했다. 국내에서도 작고한 재벌 L씨와 유력 보험업계의 창업자인 S회장이 "책 읽어주는 비서"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유윤종 주성원 조이영 기자 (동아일보 2004 1 2)